5호 / 9 · 종이 위의 편지

그 일기는 어디에 있나요

앱을 지우면, 사진을 지우면, 기기를 바꾸면. 기록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구조에 대하여.

일기 앱 리뷰를 오래 읽다 보면, 별점 1점이 붙는 이유가 대체로 한 가지라는 걸 알게 됩니다. 기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. 쓴 것이 사라져서입니다.

몇 년치 기록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이야기, 기기를 바꿨는데 옮겨오지 못했다는 이야기. 이런 글들은 다른 불만과 온도가 다릅니다. 앱이 불편한 건 참을 수 있지만, 기록이 없어지는 건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.

그래서 저희는 이 앱을 만들면서, 기능보다 먼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. 그 일기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.

사진을 '가리키는' 앱과, '가지고 있는' 앱

먼저 사진 이야기부터 해야 합니다. 여기에 겉으로 잘 안 보이는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.

사진을 일기에 넣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. 하나는 사진첩에 있는 그 사진을 가리키기만 하는 방식입니다. 앱 안에서는 잘 보이니까 문제가 없어 보이죠. 그런데 나중에 사진첩을 정리하면서 원본을 지우면, 일기 속 사진도 같이 비어버립니다. 용량을 줄이려고 앨범을 정리했을 뿐인데 몇 달 치 기록이 회색 네모가 되는 겁니다.

이 앱은 다른 쪽을 택했습니다. 일기를 저장할 때 그 사진의 사본을 앱 안에 따로 만들어 둡니다. 그래서 나중에 사진첩에서 원본을 지워도 일기 속 사진은 그대로 남습니다. 저장 공간을 조금 더 쓰는 대신, 기록이 앨범 정리에 휘둘리지 않습니다.

계정 없이도 안전할 수 있는 이유

이 앱에는 회원가입도 로그인도 없습니다. 받자마자 바로 쓸 수 있죠. 그런데 계정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이런 걱정이 따라옵니다. "그럼 내 기록은 어디에도 안 남는 거 아닌가?"

오래된 사진 상자 옆에 놓인 새 휴대폰
오래된 사진 상자 옆에 놓인 새 휴대폰

반대입니다. 계정이 없다는 건 일기 본문과 사진이 저희 서버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. 일기는 먼저 기기 안에 저장되고, 백업을 켜두셨다면 사용자 본인의 저장 공간에 백업됩니다. 둘 다 사용자의 공간입니다. 앱이 무엇을 수집하고 무엇을 수집하지 않는지는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적어두었습니다.

일기에는 다른 데 쓰지 않는 이야기가 들어갑니다. 그 내용만큼은 남의 서버에 쌓이지 않게 하는 것이, 편의를 조금 포기하고서라도 지킬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.

기기를 바꿀 때, 앱을 지웠을 때

가장 불안한 순간은 아마 여기일 겁니다.

기기 안에만 저장된다면 폰을 바꾸는 순간 끝이겠죠. 그래서 사진과 글, 날짜 정보를 일기 한 편당 하나의 묶음으로 정리해 사용자 본인의 저장 공간에 백업해 둡니다. 새 기기로 옮기거나 실수로 앱을 지웠다 다시 설치해도, 그 묶음에서 기록이 되돌아옵니다.

중요한 건 이 백업의 주인이 사용자라는 점입니다. 켤지 끌지, 언제까지 둘지 모두 사용자가 정하고, 저희는 그 공간에 접근하지 못합니다. 뒤집어 말하면 백업을 꺼두면 백업본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니, 기기를 바꾸실 계획이라면 백업이 켜져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두시길 권합니다.

오래 쓰는 물건이라는 것

일기 앱에는 다른 앱에 없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. 오래 남아야 의미가 생긴다는 것입니다. 사진 편집 앱은 오늘 잘 되면 그걸로 충분하지만, 일기는 3년 뒤에 열어봤을 때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.

그래서 화려한 기능을 늘리는 것보다, 사진을 사본으로 갖고 있고, 사용자의 공간에 저장하고, 새 기기에서 되살아나는 이 구조를 먼저 만들었습니다. 눈에 잘 안 띄는 부분이지만, 몇 년 뒤에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.

스토리 아카이브

지금까지의 편지

처음부터 차례로 읽으면 하루 한 장의 규칙이 왜 이렇게 작고 조용하게 설계되었는지 보입니다.

  1. 1호 사진 한 장과 한 줄, 그게 전부인 일기
  2. 2호 며칠 빠뜨려도 괜찮은 일기
  3. 3호 올릴까 말까, 그 3초가 없는 기록
  4. 4호 사진이 쭉 늘어선 달력
  5. 5호 그 일기는 어디에 있나요 읽는 중
  6. 6호 왜 '오늘의 인화지'인가요
  7. 7호 홈 화면에 놓인 오늘
  8. 8호 덜어낸 것들의 목록
  9. 9호 10년 뒤에도 열리는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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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하루, 한 장으로 남겨보세요

사진 한 장과 짧은 글이면 충분해요.